진궁은 후한말의 동군(東郡) 사람이며, 자는 공태(公台)이다. 처음에는 조조를 따랐지만 그가 악하고 어질지 못한 것을 보고 떠났다. 나중에 여포를 따르며 종종 계략을 세웠지만, 그의 계략은 여포에게 채용되지 않았다. 결국 전투에서 패하여 조조에게 살해되었다.
진궁은 조조와 서로 알기 전에 중모현(中牟縣) 현령에 부임하였고, 도망치는 조조를 붙잡았지만 곧바로 몰래 석방하였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삼국지연의 제4회에 이 이야기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조조는 동탁 살해에 실패하고 낙양을 탈출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중모 현령인 진궁을 만난다.
“왜 동탁을 배신하였는가?”
진궁이 추궁하자, 조조는 대답했다.
“국가의 큰 적을 없애려 한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위조(僞詔)를 천하에 밝히고 병사를 일으켜 함께 동탁을 주살하기 위함이다”
이 말을 들은 진궁은 깊이 감동하여 몸소 포박을 풀어 석방한다. 또한 조조를 상좌에 모시고 ‘천하에 충성되고 의로는 무사’라며 칭송하였다. 이렇게 해서 공을 세워 상을 받을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현령의 직무를 내던지고 그날 밤에 중모를 떠나 조조를 따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수백년 동안 널리 전해져서 오늘날에는 경극(京劇)을 비롯하여 천극(川劇), 전극(滇劇), 진극(晉劇), 한극(漢劇) 등 많은 지방극에서 「조조를 붙잡다」가 상영되고 있다.
이 연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진궁과 조조는 함께 도망치던 중 대대로 조조 집안과 교류가 있었던 성고(成皐)의 여백사(呂伯奢)에게 들렀다. 여백사는 두 사람을 환대하지만 조조는 의심에 사로잡혀 여백사 일가를 몰살시켜 버리게 된다. 진궁은 조조의 어질지 못한 것을 미워하여 절교하고 떠난다.
역사의 기록을 보면 진궁은 확실하게 조조를 추종했지만, 나중에 조조가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에 여포에게 투신하였다. 여포가 패하여 죽자 그도 조조에게 살해되었다. 그렇다면 진궁이 조조를 붙잡았다는 것은 사실일까?
조조가 붙잡힌 적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사의 『위서(魏書)』 <무제기(武帝記)>를 보면 조조가 낙양을 빠져나와 중모현에 당도했을 때 확실히 그 마을의 정장(亭長)에게 의심받아 붙잡혀서 현의 관청으로 호송되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 중 마침 조조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힘을 써 준 덕분에 석방되었다. 확실하게 이것은 중평(中平) 6년(189년), 조조가 몰래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발생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 ‘정장(亭長)’ 또는 ‘알아본 사람’은 진궁일까? 정사를 보면, 진궁이 조조를 처음으로 따른 것은 초평(初平) 2년(191년)의 일이다. 따라서 조조가 붙잡힌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진궁이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중평 6년에 조조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진궁이 아직 조조와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동을 함께 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삼국지연의에서 나오는 「조조를 붙잡았다」는 이야기는 진궁이 조조를 따른 것에서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단시간의 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진궁은 조조가 동군태수였을 때 처음으로 따랐던 것이고, 흥평(興平) 원년(194년)에 조조가 구강(九江) 태수인 변양(邊讓)을 죽인 것에서부터 점차 의심이 생겨나, 마침내 여포 휘하에 의탁한 것이다. 그 사이에 3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으므로 당초 양자의 관계는 상당히 좋았었다.
나관중은 「조조를 붙잡았다」는 이야기를 창작할 때, 교묘하게 진궁과 조조를 하나로 연결시켜, 이야기를 부풀리고 앞뒤를 바꾸는 등 진궁이 조조를 붙잡는 파란만장한 장면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 연출한 것이다. 나관중은 진궁의 비극을 긍정적으로 묘사하여, 상대적으로 조조와 자기 중심주의와 잔인함을 두드러지게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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