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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유비·관우·장비의 성씨(姓氏)는 확실할까

행운가득하루 2022. 12.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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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1회에는 유비의 이름은 비(備), 자(字)는 현덕(玄德)이라고 하지만, 왜 이름은 비이고 자는 현덕인 것인지 나관중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서 유비의 이름과 자는 그것이 의미하는 색깔에서 의미를 가져왔다는 의견이 있다. 청의 계복(桂馥)은 자신이 저술한 『찰박(札朴)』에서 「비(備)는 오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여, 「오색은 검은색에 이르러 갖추어진다. 그러므로 현덕(玄德:갖추어진 덕이라는 해석)이라 자를 붙인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고공기(考工記)』, 『시경(詩經)』 등에서 전하는 자료를 인용하여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계복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다. 유비의 이름과 자는 도가(道家)의 학설에서 취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인데, 『노자(老子)』에 있는 현(玄), 비(備), 현덕(玄德)에 대한 설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현(玄)이라는 것은 희미하고 미묘한 것으로 도덕 수양이 이 경지에 이르면 ‘크게 갖춤(備)’의 경지가 된다. 그리고 현덕(玄德)은 군주가 갖추어야만 하는 심원한 도덕을 가리킨다. 또 사람의 수양은 크게 갖춤(備), 즉 현덕(玄德)의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어떠한 사태 국면에서도 대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제1회에서 관우는 「자신의 성은 관(關), 이름은 우(羽), 자는 장생(長生), 나중에 운장(雲長)으로 고쳤다」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청대의 사람이 저술한 『청음소집(淸音小集)』에 따르면, 「관우의 원래 성은 풍(馮), 이름은 현(賢), 자는 수장(壽長)이다」라고 한다. 그럼 풍현은 왜 관(關)이라고 성을 고친 것일까? 또 관우는 왜 운장이라고 자를 고친 것일까?

청의 양장거(梁章鉅)의 『귀전소기(歸田琑記)』와 『삼국지방증(三國志傍證)』, 그리고 저인획(褚人獲)의 『견호집(堅瓠集)』 등을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풍현은 의협심에 불타서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간의 한 여성을 구하기 위해 현령과 그의 처남을 죽이고 타향으로 도망쳤다. 동관(潼關)까지 도망쳤을 때, 관헌의 추적이 심해서 황하의 물로 얼굴을 더럽혀 구분이 안 되게 했다. 이 때 관리가 그의 이름을 묻자, 순간 입에서 나오는 대로 관(關)을 가리켜 성으로 삼았고 나중까지 이것을 고치지 않았다」

풍현이 순간적인 기지로 「관(關)을 가리켜 성이라고 했다」라는 것은 과연 관우다운 재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것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은 대담한 추측에 불과하다.

자에 대해서 말한다면, 옛 사람들은 우(羽)를 항상 구름과 연관 지어 생각했다. 도교(道敎) 신앙의 ‘도(道)를 얻으면 신선이 되어 장생불사 한다’라는 생각은 중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관우의 자의 유래는 아마도 도교의 신선사상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삼국지연의에는 장비의 자는 익덕(翼德)이라고 되어 있으며, 이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정사, 당·송대의 사문, 명·청대의 고증에서는 익덕(益德)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장비의 자는 익덕(益德)이지, 익덕(翼德)은 아니다. 다만 오관본(吳琯本)의 『화양국지(華陽國志)』, 요각본(遼刻本)의 『수정주(水經注)』와 『세설(世說)』은 모두 익덕(翼德)이라고 쓰고 있다. 어느 쪽이 틀린 것일까?

양장거는 익(翼)과 익(益)이 뒤바뀐 것은 「익(翼:날개)의 연상에서 비(飛:날다)라는 의미가 생겨나게 된 것으로 모두 배우지 못한 사람의 소행이다」라고 주장했다.

확실히 옛날에도 익(翼)과 익(益)은 전혀 다른 글자였다. 자서(字書)인 『광운(廣韻)』을 보아도 같은 부(部)에 속해 있지 않다. 두 글자는 아마도 송·원 이후 뒤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송·원 이후에 자가 고쳐졌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주장도 있다. 익(翼)은 익(鷁)을 잘못 쓴 것이고, 장비의 자는 익덕(鷁德)으로, 이것은 익조(鷁鳥:큰 새)가 높이 나는 의미에서 따온 것이며, 익덕은 익조(鷁鳥)가 높이 나는 듯한 덕성(德性)을 말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설은 『춘추(春秋)』를 근거로 한 것으로 틀림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요컨대 유비는 왜 이름이 비(備)이고 자는 현덕(玄德)인가? 관우는 왜 성이 관(關)인가? 게다가 왜 자를 운장(雲長)이라고 고쳤는가? 장비의 자 익덕(翼德)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옛 사람들의 의론이나 추측은 모두 근거와 도리에 의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는 아직 미해결 수수께끼라고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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